호 짓기 하는 사람

우리 조상들의 성명 체계는 대체로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. 가장 먼저 태어날 때 지어지는 본명, 그 다음은 성인이 된 후 사용하는 자(字), 마지막으로는 별칭의 성격을 지닌 호(號)입니다. 자는 본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이름으로, 대개 어른이나 웃어른이 지어줍니다. 그 때문에 자 또한 본명처럼 함부로 부르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.

이후에는 호를 사용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었습니다. 자는 한 번 정해지면 바꾸는 일이 거의 없고, 공식적인 의미가 강한 반면에 호는 보다 자유로운 성격을 지닙니다. 일종의 별명처럼 생각하면 되며,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갖는 일도 드물지 않았습니다.

다양한 호를 가졌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조선 후기의 학자 김정희가 있습니다. 일반적으로 ‘추사’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, 그는 완당, 예당, 시암, 선객, 불노, 방외도인 등 여러 호를 사용했습니다. 참고로 그의 자는 원춘(元春)이었습니다.

호 짓기는 자와는 달리 주로 친구나 동년배 사이에서 발생합니다. 그래서 공식적인 문서보다는 일상 대화나 개인적인 자리에서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. 자 또한 공적 문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생활에서는 쓰임새가 애매한 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.